연습용


엑시트(EXIT, 2019)영화 리뷰-청년 재난 by 리쿤

2019 8 12 엑시트(EXIT, 2019)

 

 근래에 친구들과 함께 서울 코믹콘2019’에 놀러 갔다. 코믹콘은 미국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소규모였지만 영화배우도 볼 수 있었고, 코스튬 플레이어에 각종 만화와 게임에 관련한 기업들이 부스를 내고 있어서 재미있게 관람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타블렛 회사와콤(wacom)’의 기업부스에서 액정 타블렛 시연이 가능한 것을 보고, 슥슥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친구 왈, “야 그 구도로 그리는 거 지겹지 않냐? 다들 그렇게 그리더라?”. 별생각 없이 손가는 대로 그리고 있었을 뿐인데 친구의 눈에는 그 그림이 지겨운 클리셰 덩어리였나 보다. 그 이후로 클리셰 덩어리라고 욕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좀 더 곰곰이 해 보았다.

 그림이 같은 구도라 한들 어떤 조형으로 그리는가에 따라서 그림의 퀄리티는 상상 이상으로 차이난다. 그럼에도 같은 구도를 채택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달방법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장르에 집중하기 위해 클리셰를 이용하는 작품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각자의 조형을 만들어 나가는지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견지에서 도시에서의 재난을 다루는 영화 엑시트(EXIT, 2019)’재난’ ‘탈출’ ‘코미디라는 요소들을 앞세워 홍보하니 만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상상 할 수 있다. 과연 이 영화는 클리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것인지 혹은 다른 조형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영화 엑시트(EXIT, 2019)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대학 졸업 이후, 계속된 취업 실패로 눈칫밥만 먹고 있는 청년 용남(조정석)’은 취업활동 보다는 대학시절 동아리활동으로 했었던 클라이밍 훈련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칠순잔치가 되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용남은 대학시절 동아리 후배 의주(윤아)’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건물 밖에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알 수 없는 연기가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테러에 의해 혼란이 가중된 상황, 용남은 가족들과 의주를 구하기 위해 단련해온 클라이밍 기술로 모두를 구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선다. 과연 용남은 모두를 구하고 도시를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청년

 영화는 재난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온 도시에 독가스가 퍼지는 초유의 재난상황에 빠진 인물들은 각자 재난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이러한 흐름은 재난영화의 정석적인 단계를 밟아나간다. 탈출하다보면 문제에 가로막히고, 주인공은 나름의 재치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고, 다시 나아가다 보면 위기에 봉착하고 다시 해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영화의 진행과정만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는 재난영화의 클리셰 덩어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과 재난상황을 통하여 다른 것을 이야기하며 개성있는 조형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모든 요소들은 현재의 청년들을 말한다. 주인공 용남과 의주는 지금 시대의 청년들의 초상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 남들 따라 대학에 갔지만 사회가 바라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회의 대다수의 청년들을 용남과 의주로 대변하는 것이다. 그들은 눈부신 직장은 바라지도 못하고, 작은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갑질에 치여 조금씩 마모되는 현재의 청년들인 것이다. 현실은 그들에게 재난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평범한 청년들을 대표하는 주인공들은 진짜 재난상황과 마주한다.

 청체불명의 독가스가 도시에 퍼져 옥상으로 피신하여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빠진 주인공은 여러 가지 상황에 마주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재난영화 특유의 위기로 비춰지며 이 영화가 재난 영화임을 계속해서 상기시지만, 이 위기상황은 영화가 묘사하는 청년들의 상황과 결부하여 미묘한 발자취를 남긴다.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위기상황과 마주한다. 열심히 달렸지만 막다른 길에 도착하기도 하고, 같이 살아나가자 약속했던 동료를 두고 떠나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가느다란 희망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도 봉착한다. 이러한 위기상황과 현실 청년들의 모습을 결부하여 보자. 그러면 영화의 위기상황이 그저 순간의 오락거리로 설계된 위기가 아닌 현실의 청년에 대한 감독의 속마음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의 청년들은 재난에 마주쳐 오고 갈 데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무력한 그들이 재난을 차례로 해쳐나가는 것을 비추며 현실의 청년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난

 ‘드웨인 존슨주연의 영화 스카이 스크레퍼, 2018’브루스 윌리스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1988’처럼 도심 속에서 재난상황에 빠져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영화인 엑시트(EXIT, 2019)’는 자칫 의미 없이 지나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을 청년들의 상황과 결부하여 의미를 더했다. ‘스카이 스크레퍼다이하드의 재난은 그저 장르적 즐거움을 만들기 위한 요소이지만, 엑시트는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

 영화 엑시트(EXIT, 2019)’의 재난상황은 모든 것을 역전시킨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평등하게 위협에 노출되며, 살기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재난에 의한 가치역전은 용남의 클라이밍 기술에 대한 묘사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매일 철봉에 매달려 클라이밍 연습을 하는 용남을 동네 꼬마들은 조롱한다. 그리고 용남의 누나 또한 클라이밍에 매달려 있는 용남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재난 이후 클라이밍 기술의 가치는 역전되며, 모두를 살리는 기술이 된다. 나는 이러한 가치역전에서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근래에 보았던 영화 픽셀, 2015’은 오락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화였다. 사회에서 가치 있는 기술로 평가받지 못하는 오락은 재난 상황에 의해 세상을 구하는 기술로의 역전을 이루며, 가치역전에 의해 벌어지는 코미디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 픽셀, 2015’의 구성이었다. 영화 엑시트(EXIT, 2019)’또한 가치역전에 의한 카타르시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역전은 이 영화의 지향점인 청년과 결부되어 모든 일에는 가치가 있다. 힘내라!’라는 메시지를 감독은 전달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은 고통받고 망설이고 힘든 청년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재난, 위기, 역전, 인물, 모든 것은 현재의 청년들을 향해 있었고 이는 감독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방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혹은 이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처해있는 많은 청년들이 이 영화에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여주인공 의주역할의 윤아는 정말 정말 이쁘게 나왔다. 세상에 유니폼 상의에 추리닝 바지를 대충 입었는데도 이쁨이 도망가질 않는다. 앞으로 그녀의 작품 활동에 열심히 주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스카이 스크래퍼 리뷰 : http://rikun832.egloos.com/638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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