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0월 둘째 주-안시성(安市城, THE GREAT BATTLE, 2017) by 리쿤

2018 9 25 안시성(安市城, THE GREAT BATTLE, 2017)


 

 즐거운 추석 시즌이다. 긴 연휴를 타겟으로 한 멋진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시기인 것이다. 올해 또한 대형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는데, 안시성(安市城, THE GREAT BATTLE, 2017)과 물괴(Monstrum, 2018)를 선두로 협상과 명당같은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다.

 추석시즌의 첫 개시이기도 한 안시성(安市城, THE GREAT BATTLE, 2017)은 고구려 시대의 양만춘과 이세민의 안시성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는 이 전투의 승패를 이미 알고 있지만, 역사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보다는 어떻게 그렸느냐인 것이다.

 

 안시성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고구려는 당태종 이세민(박성웅)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후퇴한다. 연개소문(유오성)은 자신의 소집령에 응답하지 않은 양만춘(조인성)에게 책임을 물어, 태학도의 수장인 사울(남주역)에게 양만춘의 척살령을 내린다.

 사울은 양만춘이 있는 안시성으로 찾아간다. 사울이 만난 양만춘은 연계소문의 이야기와는 달리 훌륭한 성주였고, 안시성 안의 사람들이 양만춘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본다. 사울은 연계소문의 명령을 이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이세민의 군대가 안시성까지 쳐들어온다. 그리고 안시성에서의 안과 밖에서 전쟁은 시작된다.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이런 저런 해석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역사는 본래 승자의 편에서 쓰여지는 것이라서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역사드라마를 쓰는 사람들은 역사 사실에 근거하면서 픽션을 넣어 이야기를 만든다.

 안시성의 이야기 또한 각색을 통해 쓰여졌다. 사실 연계소문의 배척을 받았던 양만춘의 이야기는 역사에 별로 기술된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픽션으로 채워 넣었는데, 여백이 많은 인물이니 만큼 감독의 지휘가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김광식 감독은 양만춘을 카리스마 있고 리더쉽 있는 인물로 그린다. 그리고 그의 수하들 또한 거칠지만 양만춘에게 충성하는 인물들로 그린다. 양만춘에게 모든 것을 할애하는 구도이니 양만춘의 행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야기에서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주인공을 아주 특별하게 묘사해서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주인공은 평범하게 묘사하면서 주변을 바보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필자의 숙련도 차이가 격차를 만들 순 있지만, 두 방법 모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는 틀림없다. 안시성의 이야기는 두 번째 방법을 통해서 양만춘을 돋보이게 만든다.

주변의 수준을 낮춰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주인공을 초월적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작품에 다양성을 부여하지만 목표하는 바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전달력이 부족해 질 수도 있다. 안시성의 이야기는 안시성 전투의 풍경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은 감독의 의도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시성의 이야기가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양만춘을 띄우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한 것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양만춘을 띄우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희생도 있었으나, 오버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양만춘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이세민의 희생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영화 초반 전쟁의 신이라 불리며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는 이세민은 양만춘의 앞에서 그저 사다리더 큰 사다리밖에 사용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된다. 이러한 바보짓은 토성을 쌓는 데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전략적인 선택으로서 내린 합리적 선택이 아닌 그저 더더욱 큰 사다리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이세민의 모습은 참으로 어리석어 보인다. 양만춘의 대척점이 되어야 할 이세민의 매력이 떨어지니 이야기는 양만춘의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엉거주춤 넘어지는 모양세가 되어버린다.

 

 영화의 이야기는 조금 주춤하지만, ‘안시성 전투의 풍경을 담아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개성있는 장수들이 각자의 컨셉에 어울리는 무기를 들고 화려하게 싸우는 장면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전투장면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가치가 된다. 하지만 장점으로도 가릴 수 없는 허점들이 너무나도 크기에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허술한 점들에 관해 지금까지 이야기 했지만, 사실 너무 적은 양의 역사 사료를 토대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역사사실을 지켜가며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 보다 힘든 면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힘든 것과는 별개로 조금 더 생각하여 인물들을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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