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용


12월의 영화 2. 나이브스 아웃(2019) 시동(2019) by 리쿤

2. 나이브스 아웃(2019)
 추리물이라고 생각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낱말은 '홈즈'이지만, 셜록 홈즈 소설은 추리라는 장르에서 꽤나 매력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단편들을 다 읽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잡아내는 이야기보다. 추리파트에서 이어지는 '범죄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나?'를 풀어나가는 단편이 훨씬 재미있는 것은 확실하다.
 셜록 홈즈의 추리가 재미없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그 이유는 소설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독자가 추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제한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는 셜록 홈즈의 독자는 철저하게 '왓슨'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사건의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모든 사건이 끝나고 셜록의 해설에서 간신히 얻어들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셜록은 '추리'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하니 추리 소설로서 셜록 홈즈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셜록의 선풍적인 인기 이후, 추리물이라는 장르는 엄청나게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아거사 크리스티 작품선인데,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셜록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커버한다. 관객은 글 속에 주어지는 재료들로 같이 추리를 진행 할 수 있으며, 일반인 '왓슨' 보다는 '탐정'에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몇 가지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놀이는 아주 재미있다.

 나이브스 아웃(2019)는 '셜록'보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우리는 브누아 블랑(다니엘 블레이크)와 한몸이 되어, '천재 추리 소설가의 죽음'의 비밀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탐정놀이는 아주 재미있었다.
 외딴 별장에서 일어난 살인과 9명의 용의자, 그리고 브누아 블랑은 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탐정은 용의자들을 한 명씩 불러 살인이 일어나던 날,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 그들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여지는 미묘한 거짓과 이상한 점들을 우리는 브누와 블랑과 같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아주 공평한 정보들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연극무대같은 별장은 영화를 마치 게임처럼 만든다. 무대 자체가 재미있으니 이야기는 술술 흘러간다. 그리고 결말 또한 권선징악의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니,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편의 보드게임같은 영화이니, 게임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꼭 한번 보길 바란다.


2. 시동(2019)
 위 포스터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노란머리 청년 '고택일'을 보자. 정돈 안된 노란머리, 형광색 양키스 야구 점퍼, 불만스러운 표정과 눈매, 그를 나타내는 모든 요소들이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을 가리키고 있다. 고택일이라는 인물은 영화 포스터에서 알 수 있는 그대로의 인물이다. 불량하며, 방황하고, 불만스러운 상태의 청소년이다.
 주인공이 전형적인 불량 청소년이니 이야기는 의레 두 갈레로 나눠 질 수 있다. 하나는 '불량 청소년들의 현실을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에 경각심을 알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불량 청소년이 어떻게 사춘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영화 '시동(2019)'는 후자의 이야기를 택한다.
 '쫙!'하는 강렬한 싸다귀 소리와 함께 고택일은 정신을 잃는다. 배구선수였던 고택일의 엄마는 고택일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그 강력한 휘두름으로 아들에게 강렬한 싸다구를 선사한다. 그리고 고택일이 가출하여 도착한 중국집에서도 고택일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정체모를 근육질의 주방장에게 싸다구를 맞고 정신을 잃는다. 영화의 주인공 고택일은 맞고 또 맞는다. 폭력은 계속해서 고택일을 따라다닌다. 고택일에게 행해지는 폭력은 슬랩스틱 코미디로 보기엔 과한 정도의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폭력은 그리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폭력에는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조커(2019)'의 폭력은 아주 처절하고 무서웠다. '조커(2019)'의 폭력은 '악의'의 표출이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없이 행해지는 '조커(2019)'에서의 폭력은 철저하게 약자를 향하고 있으며, 그 폭력은 계속 되물림 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동(2019)'의 폭력은 다르다. 싸가지 없는 불량 청소년에게 행해지는 이유있는 폭력은 조금 과한 감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사랑의 매'로 비춰진다. 고택일은 싸다귀를 맞고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게 되었을 때, 분명히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이 영화의 제목인 '시동'과 맞물려 꽤나 재미있는 구성을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뜻의 '시동'처럼 이 영화는 고택일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동을 그린다. 뺨싸다구 한방에 정신을 잃는 고택일 처럼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휘청대고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다시 시작할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깊었다. 시동이 잘 걸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내려가는 내리막은 결코 첫 장면처럼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리막을 내려가는 그들을 부감으로 찍은 카메라는 내려가고있는 그들을 마치 상승하고 있는 듯한 착시를 주게 하면서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를 완벽하게 그려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락과 상승 그리고 젊음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시동인 것이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너무 바쁘다.'라고 말은 했지만 핑계인 것 같다. 글 쓰는 데에 시간을 좀 많이 할당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2020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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